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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
2018.06.02 00:24

이콘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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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이란 무엇인가요?

곽승룡(대전교구 사목 기획국장·신부·교의 신학)

1. 여는 글

이콘1)은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성인들, 천사들 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신비들을 표현하는 종교 그림이다. 이콘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함께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부터 전례와 수도 봉헌과 신앙 생활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콘은 특히 동방 그리스도교에서 그 전통을 이어왔다. 동방 그리스도교는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하는 풍요로운 전례를 보충하는 교리적 가르침을 이콘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이콘은 단순히 교회 예술의 역할을 뛰어넘어 그리스도교 본질을 이해하고 신앙과 영성 특히 기도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필자는 지면 관계상 이콘 논쟁 등 이콘에 대한 역사적인 문제는 피하고, 초기 그리스도교의 전승에서 출발하는 이콘의 역사와 그 신학적 의미와 내용을 간략히 살펴 보면서 한국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그리스도교 전승 안에서 발전되어 온 이콘의 영적인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특히 이콘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기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콘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평화롭게 한다. 그리스도교 전승에서 수도자들은 이콘을 바라보며 깊은 호흡으로 예수기도2)를 드리고 마음의 기도3)를 통해서 하느님 체험의 관상 기도에까지 도달하였다. 이콘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침묵하며 기도하는 성화이다. 이콘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우리 교회 전통의 풍요로운 영적 체험을 하기 바란다.4)

2. 이콘의 신학적 의미는 무엇이죠?

이콘의 신학은 성서와 그리스 사상의 조화입니다.

초기 교회 교부들은 하느님 말씀의 원형을 그려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점차 안정되면서 이콘들 또는 그림 묘사가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가르침으로 이르게 되었다. 이콘은 그 용어와 내용이 성서와 그리스 사상에서 유래하는 이중적 원천을 가지고 있다. 이콘(모상, 상)은 또한 그 이콘의 원형과의 관계가 초기 비잔틴 교부들의 사상에서 특별한 중요성을 띠었는데 그것은 이콘이 지니는 상징적 특성이 성서 주석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의 실체는 볼 수 없는 그림자 곧 영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신약성서에서는 그 이콘이 실체 그 자체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나며 궁극적으로 종말에 다가올 세상에서 발견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스 사상의 가시적 세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은 영원한 원형의 사본이다. 그리스 사상에서 이콘은 목적인(causa exemplairs)에 대한 작용인(causa efficiens)으로서 다루어졌다. 가시적 세계에 속해 있는 이성적 존재인 사람은 지성적 세계의 통치자이신 하느님의 이콘으로 창조되었다. 비록 인간이 하느님의 이콘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질문이 제기된 적은 없지만 이러한 이콘의 본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5)
이콘은 이렇게 내용과 용어에서 성서와 그리스 사상의 이중적 원천을 갖는다. 성서는 여러 장을 통해 하느님의 이콘에 대해 다양한 내용으로 말하고 있다. 이콘에 대한 기본적인 것은 인간의 창조를 묘사하는 창세기 1장 26-27절이다. 이 묘사의 무게는 ‘이콘’이란 단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셈족은 그 정신 구조가 공식적이지 않다.) 성서와 부합하는 계시를 통해 나왔다.6) 교부들은 이콘(모상)과 관련된 주제에 관해 성서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그리스 사상에서 나온 풍부한 자료들의 도움을 입었음을 강조한다.7)

인간은 하느님의 이콘, 그리스도의 이콘입니다

하느님의 창조 계획에 따르면 인간은 창조주 하느님의 모상(이콘)을 닮도록 창조되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이콘을 깨닫도록 부름을 받은 것인데 이는 곧 인간이 하느님의 이콘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곧 하느님의 이콘을 닮는다는 것이 인간이 성취해야 할 역동적인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아담이 지닌 하느님의 모상은 더럽혀졌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이 잃어 버린 하느님의 모상을 재창조하시고 새롭게 하신다. 새 아담과 새 창조의 첫 열매, 진정한 하느님의 이콘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이끄시어 본디 아담이 창조될 때 지녔던 하느님의 이콘으로 안내하신다.
지혜서8)에서도 인간은 바로 하느님의 모상 자체이다. 니사의 그레고리오는 하느님께서는 항상 인간이 닮아 창조된 모습의 원형으로 존재하신다고 말하였다. 그리스도께서는 진정한 원형이시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으로(필립 2,6) 존재하시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다’(2골로 4,4). 이 점에 관한 모든 전통은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존재하며 하느님께서 중재하심으로써 이루어진 하느님의 모상이다. 따라서 인간은 모상에서 나온 또 하나의 모상이다.’
그러나 모상이 보이는 것인가 안 보이는 것인가의 견해에 따라 다소 차이를 일으키는 해석을 낳는다. 이레네오는 신적 사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담이 하느님에 의해 창조될 때 고려되었던 원형이시며, 그는 보이는 하느님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처럼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 교부들(오리게네스, 아타나시오, 에바그리우스 외 다른 이)은 자신들이 하느님에 대해 적용했던 보이지 않는 모상이라는 필로의 개념을 채택했다. 보이지 않는 성질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그리스도의 인성이 구원론적 논쟁 후에 더욱 명확해졌다는 사실을 축소할 위험을 안고 있다. 그 결과 증거자 막시모의 균형잡힌 통합이 나왔다. 더구나 에브도키모프(Paul Evdokimov)의 최근 저서들에도 나타나고 있듯이 사람과 천사를 구분하는 것은 사람이 구세주가 강생할 때 취했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순수하게 ‘영적’이란 것은 구체화되고 ‘생명을 주는’ 힘을 통해 모든 만물에 스며든다는 것이다.

3. 이콘은 왜 그리고 무엇을 그립니까?

이콘은 교리 교육과 성인 공경을 위해 그리고 성서와 성인들의 삶과 활동을 그립니다.

이콘들은 신자들의 예배와 공경 곧 신앙 생활을 위해 디자인되고 그려졌다. 또한 이콘들이 근본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은 성인 또는 순교자의 초상이다. 물론 성인과 순교자의 유골들이 초기 교회 시작부터 공경되어 왔던 것 같이 그 초상들이 성인과 순교자를 공경해야 할 분으로 생각이 나도록 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콘은 그 자체로 공경과 예배의 대상이 되었다. 이콘 파괴 논쟁 시기 때부터는 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나무 이콘들이 비잔틴 교회의 성물들로 대부분 공경받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공경의 대상이다. 성 바실리오는 “이콘의 가치는 이콘이 그리는 본래의 그 원형에서 온다.”라고 말하였다. 이콘은 하느님 자체 그 원형을 비슷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원형 자체의 반영이며 전례와 공경의 가치를 지닌 성물이라고 교부들은 플라톤의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콘 앞에서 큰절을 하고 무릎을 구부리며 공경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또한 이콘을 그리는 목적은 교리 교육에 있었다. 니체포러스 총대주교는 “이콘은 천연적이고 표현이 풍부한 면에서 복음보다 더 힘이 있다.”라고 말하였다. 복음에서 비잔틴 신학자들은 교의 내용이 담긴 12장면을 선택하였다. 12장면은 12축일을 암시하는데 성모 영보, 예수 성탄, 예수 봉헌, 예수 세례, 거룩한 변모, 라자로의 부활, 예루살렘 입성, 십자가 죽음, 고성소에 내리심, 예수 승천, 성령 강림, 동정 마리아의 영면이다. 비잔틴 중세 초기 이콘들은 시나이 산의 성 가타리나 수도원에 남아 있는 조각을 보여 주기 위해 이코노스테시스9)의 윗 부분에 놓였다. 이유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이콘들이 12축일에 속해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관습은 동방 그리스도교를 통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콘의 내용을 분류해 볼 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구약과 복음 그리고 동정 마리아의 삶, 성인들의 순교적 삶과 활동이고, 둘째는 오직 성스러운 인물들이다. 이콘 그리기는 15세기 초 중반에 전성기를 이루었다. 이 사실에 대한 증거로는 성 루가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동정 마리아와 아들(Hodigitria)의 초상이 콘스탄티노플에 있다. 성 루가가 동정 마리아의 이콘 초상을 하나 또는 여러 개를 그렸다고 전해지는데, 어쨌든 그는 동정 마리아에 대해 우리에게 아주 상세하게 전해 주는 유일한 복음 사가이다. 성 루가가 최초의 이콘 화가(iconographer)로 보는 것이 옳거나 그르거나 성 루가가 동정 마리아의 이콘을 말씀으로 전했다는 것은 우리가 루가 복음서를 통해서 볼 때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성 루가는 동정 마리아의 내면의 초상을 우리에게 복음서를 통해 그려 준 것이다.

4. 이콘의 약사(略史)를 봅시다

이콘은 주권자의 현존을 나타냅니다

유다이즘은 구약에서 어떤 종류의 신적인 초상을 금지하는 모세의 율법(출애20,4; 25,15)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사상에서는 신들의 상들에 대한 문화가 철학자들에게 비판받았다. 사실 이콘(eikon, 그림, 상)이라는 말은 어원학적으로 에이돌론(eidolon, 우상)과 매우 가깝다. 그리스가 주권자들의 초상들을 공경하였지만 로마는 그것을 모방하여 우리의 흥미로운 주제인 이콘 전승으로 발전시켰다. 황제들의 초상은 바로 그 현존이 되었다. 그 초상 앞에서 취하는 행동은 황제 앞에서 취한 행동과 동일한 유효성을 나타냈다. 놀라운 것은 그리스도교가 그러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콘이 비록 그리스 로마의 외적인 영향을 받았다 하더라도 사실 이콘의 내적 정신은 외적 영향과 다르며, 이 점이 이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이집트 초상과 성인의 이콘

이콘이 주로 알려진 것은 이집트에서 발견된 로마 시대의 수많은 초상들에서, 또 미이라의 얼굴들 위에 놓여지곤 했다는 헬레니즘 스타일의 옛 모델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형의 이콘은 시나이 산에서 발견된 6세기 이전 성인들의 가장 오래된 표현들에서도 분명히 볼 수 있다. 적용된 기술은 불에 달구어 착색한 납화(蠟畵) 기법이다. 곧 이콘들은 용해된 밀랍과 섞인 색깔로 그려졌다. 그 가운데 몇 가지는 여전히 비잔틴 수도원에 보관되어 있고 나머지 이콘들은 현재 러시아에서 발견되었다. 이렇게 이집트 초상과 성인들의 이콘을 구별해서 볼 때 전자는 종교적인 목적을 위해 옛 장례 초상들은 가능한 한 신앙적인 면에서 죽음들을 표현하는 경향이었고, 같은 경향이 적용된 후자는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모습이 불사불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인과 순교자들의 이콘 그리기(iconography)는 비잔틴 시대를 통해서 거의 보존되어 콘스탄티노플의 것으로 전도되어 남아 있고 오늘날까지 지속되었다.

카타콤브에서부터

이콘 예술은 신학으로 듬뿍 물들어 있다. 이콘 예술은 이미 초기 그리스도교 박해 시대의 카타콤브에서 세계 공의회 시대 그리고 이콘 파괴 시기를 넘어서까지 풍요롭게 성장하였다. 이콘의 발전에는 성 바실리오,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 성 테오도로 또 그 밖의 많은 교부들의 신학과 영성이 크게 기여하였다. 천년 이상 전승되어 온 새로운 비잔틴 문화의 발전(343-1453년)으로부터 이콘은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그리스도교 문화들의 총체적 통합의 산물이다. 로마 예술은 비잔틴의 영향으로 이득을 보았으며, 비록 슬라브 국가들은 그들의 문화 때문에 비잔티움에 포함될 수 없었지만 슬라브 예술은 비잔틴의 결정적 영향 없이 조화로운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콘 예술의 정신과 기술은 이렇게 제국의 국경들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콘 파괴 논쟁 시기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부터 특히 성인과 순교자들의 이콘이 발견되고 있으며 후기 성인들 초상에서도 비잔틴은 원형의 모델과 유사하게 보존하려고 시도하였으며, 이것이 모든 초상의 기초가 되었다. 성인 전기 작가들은, 성인 무덤에 있거나 성인 이름으로 봉헌된 수도원 안에 있는 이콘이 성인 당사자의 것인가를 증명하는 데 애를 섰다. 성인과 순교자들을 초상으로 그렸던 이콘은 그 기원으로 볼 때 예배 대상이 아니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 후 6세기에 초상이 예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이콘이 우상적인 의미로 증대되고 마침내 이콘 파괴 논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이콘 파괴 논쟁 시기부터 들고 다닐 수 있는 나무 이콘들이 비잔틴 교회의 성물들로 대부분 공경받게 되었다. 나무 이콘은 전례 예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회, 성인 순교자 묘소들, 집안 벽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초기 그리스도교 시기부터 이콘의 발전 과정은 이콘 파괴 논쟁의 말기에 이르러서 결정적인 형태로 구체화되어 이콘의 공경으로 거행하게 되었다. 이콘 파괴 논쟁의 말기 9세기 이후 이콘들의 공경이 실천적으로 발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콘은 오직 공경의 대상만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차원에서 또 다른 발전이 진행되었다. 이 점에서 이콘은 예배와 공경이라는 면과 예술 문화라는 점에서 구별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분명한 구별이 이콘의 원본과 이콘 페인팅 발전 사이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신앙과 교리 교육을 넘어서는 이콘 예술

이콘은 거룩한 인물들로서 그리스도, 동정녀 마리아, 세례자 요한 그리고 교회의 성인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콘의 목적은 교리 교육과 성인 공경 외에도 예술 작품으로서 그 목적이 있다. 10-14세기 비잔틴 중세기에 표현되고 그려진 이콘들은 이미 양식적인 점에서, 이코노그라픽적인 면에서 기념비적인 화술과 서적 채식의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과 발전은 예배를 위한 경향의 봉헌적 신앙적 이콘들을 발전시키는 데 적용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콘이 예술로서 발전되어 가면서, 후에 그리스도교 전승과도 가까이 만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하였다.
신앙적인 이콘의 경향들은 교회와 수도원을 통해서 발전하였다. 14-15세기 혼란과 어려움을 살아가는 비잔틴의 헤시카즘10) 운동 시기에 신앙적 이콘은 보수적인 자들과 수도자들을 위한 상징이 되었다. 곧 이콘은 비잔틴 교회와 교의 그리고 교회의 일치를 위한 어려움에 대한 상징이 되었다. 교의는 교부들과 거룩한 공의회가 선언한 것을 보존하였으며 그것을 신앙적 이콘의 전승적 형태로 취하게 되었다.

서양 예술의 영향과 이콘 예술

1453년 콘스탄티노플에 남아 보존된 이콘 가운데 두 가지 종류의 특징이 다르게 나타난다. 비록 서양 예술의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16세기 크레탄(Cretan) 화가는 그들이 표현한 이콘에 외국 영향의 화풍을 나타내었다. 신앙적 이콘 안에서 옛 정교회 전승에 연결된 접촉은 집요하게 유지되었다. 16세기 후반 위대한 성인전 작가 미카엘 다마스키노스의 작품은 예술과 신앙이 적절히 조화된 경우이다. 그가 표현한 이콘들은 이태리 이콘 모델들에게 직접적으로 영감받은 세부적으로 묘사된 얼굴들을 내용으로 지니고 있다. 심지어 17세기 정교회 이콘들의 특징이 서양 영향으로 심각하게 달라지고 있었는데 그때 성인전 작가들은 가능한 전승적 모델을 가까스로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종종 이러한 고대 전승들에 대한 엄격한 고수가 그 작품을 부탁한 사람들이 성인전 작가들에게 부과하곤 하였다. 이러한 것이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있는 그리스 공동체의 모임에서 분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성 조지(George) 성당의 둥근 천정에 그려질 그리스도 이콘을 위한 경연 대회에서 이탈리아 참가자의 디자인들은 거부되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고대적 방법과 유서 깊은 그리스 스타일의 이콘이 더욱더 잘 어울린다고 하였다.

5. 이콘은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담고 있습니다.

본고에서는 3월부터 10회에 걸쳐서 열 개의 이콘을 간략한 신학적 영성적 해석과 함께 소개할 것이다. 이들은 아래와 같이 하느님의 구원 경륜 안에서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린 이콘과 동정 마리아의 이콘이 될 것이다. 1) 구약의 삼위일체 2) 성모 영보 3) 그리스도 탄생 4) 블라디미르의 부드러운 성모 5) 광야에서 세례자 요한 6) 그리스도의 세례 7) 거룩한 변모 8) 십자가 죽음 9) 예수 승천 10) 위엄 있는 그리스도. 앞으로 보게 될 위의 열 개 이콘은 먼저 구약의 삼위일체 이콘과 함께 그 신학적 의미를 구원 경륜 안에서 간략히 살펴보면서 매달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구약의 삼위일체 이콘11) 하느님의 자기 비움

아브라함은 이미 늙은이였다. 야훼께서 마므레의 상수리나무 곁에서 천사 또는 세 사람의 모습으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다. 세 분의 방문객을 잘 영접하는 자들은 아브라함과 부인 사라이다. 삼위일체 이콘에서 마므레의 상수리나무에 나타난 방문객의 모습은 5세기부터 모든 그리스도 교회에서 표현하기 시작하는데, 그 배경은 창세기 18장 이야기의 현실적 함축을 보존하고 있다. 아브라함과 사라의 천막을 배경으로, 그들은 세 명의 방문객(성부, 성자, 성령)에게 송아지 요리에다 엉긴 젖과 우유를 곁들여서 손님들 앞에 차려 놓고, 손님들이 나무 밑에서 음식을 먹는 동안 아브라함은 그 곁에 서서 시중을 든다. 이 세 천사는 세 위격이신 하느님 아버지, 아들, 성령이시다. 세 번째 세계 공의회 에페소에서 거룩한 삼위일체의 교의를 선언하였다. 구약의 배경에서 이콘의 영성은 삼위일체의 하느님께서 세 분의 방문객으로 인간 아브라함에게 내려오심이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내려오셔서 인간을 방문하시는 것은 완전한 자기 비움(kenosis)이다.

나눔과 일치이신 성체성사

동방의 비잔틴 전례는 충만한 천상적 잔치에 대한 표현이 풍요롭게 드러난다. 공동체 모두의 반복되는 탄원과 천상의 소리인 찬미가, 풍부한 상징으로 함께 하는 성체성사와 기도문은 찬란한 천상 전례를 드러낸다.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세 분 중에 가운데 계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요, 왼편이 성부, 오른편이 성령이시라고 한다. 그러면 이콘의 중심에 위치한 것은? 그리스도이신가? 아니다. 그분은 단지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면서 안쪽에 앉아 계신다. 이콘의 중심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표현된 식탁이 있다. 그리스도께서 중심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아들 예수 그리고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세상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또한 비움이다. 세상 위에는 당신의 모든 것을 쪼개고 비우며 내어 주시는 성체성사의 성작이 놓여 있다. 이제, 우리의 눈을 더 크게 뜨고 세상의 탁자 위에 앉아 계신 하느님과 성령을 바라보자. 성부와 성령 스스로 만드시는 성체성사의 또 다른 성작이 나타난다. 그 속에 그리스도께서 계신다. 여기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성체성사인 비움과 일치의 또 다른 성작을 발견할 수 있다. 1551년 러시아 교회는 이 이콘을 화가 수도자 안드레이 루블료프(1360/70-1430년)가 하느님께 영감받은 상징적 형상으로서 삼위일체를 최초로 계시한 이콘으로 선언하였다.

6. 닫는 글

이콘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아름다운 마음으로 기도하며 이콘을 바라봅시다.

이콘의 내용은 그리스도교적 삶, 특히 기도 생활을 위한 영적 인도자가 된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이다. 나지안즈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성스러운 일을 맑지 못한 방법으로, 고귀한 것을 낮은 방법으로, 존귀한 것을 수치스러운 방법으로, 그리고 거룩한 것을 세속적인 방법으로 실행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모든 것, 행위, 움직임, 원의, 말함 그리고 걷는 방법, 심지어 몸짓까지도 어느 정도 거룩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로고스(logos)는 모든 것에 미치며, 하느님에 의해서 인간을 인도하기 때문입니다.”12)
이콘이 보여 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교부들은 인간의 오관을 영혼의 문이라고 하였다. 우리 영혼의 모든 문, 감각의 문을 닫고 마음을 모아 주의를 기울이라고 권고한다. 이콘 앞에서 기도하고 그저 이콘을 바라볼 때, 우리의 몸에 성령이 충만하여 이콘으로 묘사된 그리스도, 동정 마리아, 성인들이 가르치듯이 우리 영혼을 바르게 보존할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눈은 순수하게 보고, 귀는 평화롭게 들으며, 마음은 고요하고 맑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죄로 얼룩진 우리의 모상(이콘)을 하느님의 모상(이콘)으로 닮아 가도록 성령께서 안내해 주신다.
이콘 앞에서 고요히 바라보며 마음으로 기도하면 우리의 마음은 넓어진다. 우리 삶의 완전한 변화는 우리 마음 안에 있는 하나의 단순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회심이다. 이콘 앞에서 회심하는 것이다. 이콘은 거룩함에 이르는 길이요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이콘은 “눈으로 단식하는 법”13)을 가르쳐 준다. 이콘 앞에서 우리의 감정을 일으키거나 그것에 호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콘은 인간적인 것을 전혀 억제하지 않는다. 복음서와 같이 하느님의 세계를 체험했던 성인들 삶의 모든 면 곧 생각, 지식, 인간적 감정 모두가 이콘에 표현되어 있다. 이콘과의 접촉은 깨끗해질 수 없는 모든 것을 맑게 해 주고 극복하게 해 준다. 증거자 막시무스는 “그리스도께서 인간으로서 영혼과 육에 죄가 없으셨듯이 그 분을 믿으며 성령을 통하여 그리스도로 옷을 입은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의지를 통해서 죄에서 해방될 수 있다.”14)라고 말했다.
이콘 안에 있는 아름다움은 영적인 청정함, 내적인 아름다움이다. 이 아름다움은 천상적인 것과 세상적인 것과 친교의 아름다움이다. 이콘 앞에서 하느님의 것과 우리의 것이 만나는 것이다. 하느님을 닮는 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이다. 이콘이 향하고 있는 곳은 우리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향하고 계시듯이 말이다. 이콘 안의 성인은 바로 우리 앞에 현존한다. 그러니 우리가 그 성인의 현존 앞에서 기도하면서 직접 대면하여 보아야 한다. 거룩함은 본질상 그 주변을 성화시킨다.
교회는 이콘 안에서 우리 자신의 소명을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우리 하느님의 원형의 모상을 획득하며 하느님이시자 인간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계시하시고 전해 주신 것을 우리 삶에서 이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인식한다. 성인들의 수는 적지만, 그 거룩함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업이다. 이콘은 우리에게 변화된 우주를 계시해 주며 그 안에 참여하도록 초대한다. 이콘은 자연을 따라 만들어지지만, 상징들의 도움을 받아서 표현한다. 그 상징이 말하는 것은 주님의 재림 때 완전히 계시될 세상을 표현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콘 앞에서 끊임없이 깨어 기도하도록 주님께서는 원하신다.

1) Icon, eikojn, image, 성화상(聖畵像)
2) 예수의 기도( jesou' eujuj)는 하느님의 선물인 성령 안에서 들숨과 날숨에 따라 입술을 시작으로 하여 혀를 통해 반복 집중하고 지성과 정신을 넘어서, 마음 안으로 고요히 침잠하여 드리는 주님께 대한 청원 기도이다. 기도 형식은 “하느님의 아들, 주님 예수 그리스도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이다. 예수기도는 주님 예수 안에 최대로 현실화되고 이해된 신앙의 결과에 따라 그 열매를 맺는다. 예수기도는 마음의 기도와 연관된다.
3) 마음의 기도는 능동 기도(소리 기도, 묵상 기도 시작)에서 수동 기도(관상 기도)로 이어지는 기도로서, 특히 동방 그리스도교 수도원에서 그 맥을 튼튼하게 이어 온 기도이다. 마음의 기도에 대해서는 필로칼리아(Philokalia, 아름다움의 사랑) 안에 상세히 가르치고 있다. 5세기에서 13세기까지 예수기도가 선호되었고, 그 후 13, 14세기에 아토스 성산에서 기도의 방법으로 앉는 자세, 호흡 등 외적인 신체적 기술과 정신적인 내적 요인이 결합되었다. 한편 19세기 말에 고린토 주교 마카리우스와 아토스 산의 수도자 니코데모는 사막 교부들로부터 13, 14세기까지 예수기도에 대한 여러 이론가들의 텍스트들을 모았다. 그것이 필로칼리아이며 1789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판되었다. 필자는 마음의 기도가 요즘 우려되는 기 수련법에 노출된 한국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영적인 갈증을 도와 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아시아 교회」에서 말하는 ‘아시아적인 것’에 대한 영적 풍요로움과 한국적 그리스도교 영성과 기도 수행의 토착화에서 그리스도교 전승에서 충분히 검토되고 실천되어 온 이콘의 이해 그리고 예수기도와 마음의 기도가 연구 실천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가 몇 해 사이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호응을 일으키는 성심 수녀회에서 실시하는 ‘예수 호칭 마음 기도’이다. 이 기도는 성심 수녀회의 영성이기도 하지만 초기 그리스도교의 전승에서 출발하여 동방 그리스도교에서 발전되어 온 예수기도와 마음의 기도와 영성적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4) 「평화신문」(2001.1.21.):최근 기(氣)를 통한 수련 방법에 관해 한국 천주교회와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 이콘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영적 풍요로움과 이콘 앞에서 깊은 호흡으로 하는 예수기도는 기 수련과 같은 수련에 빠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이콘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수도 전승 안에서 살아 움직여 온 영성적 풍요로움이 하루빨리 오늘날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다가가 영적인 기쁨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신자들은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종교적 차원에서 무분별한 기 수련과 단전 호흡을 찾지 않을 것이다.
5) 4세기 위(僞) 체사리우스(pseudo Caesarius)는 이 점이 일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더욱이 교부들은 그 어디에서도 모상과 관련된 조직적인 신학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종합하는 요소는 제시하고 있지만 종합 그 자체는 결여되어 있다.
6) 인간은 하느님 편에 있다. 인간은 자신이 아이를 낳듯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루가 3,38). 사도 바오로의 텍스트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모상으로 제시하는 것과 그리스도를 그리스도교인들의 모델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흙으로 된 그 사람의 형상을 지녔듯이 하늘에 속한 그분의 형상을 또한 지니게 될 것입니다”(1고린 15,49). “……`우리는 모두 얼굴의 너울을 벗어 버리고 거울처럼 주님의 영광을 비추어 줍니다. 동시에 우리는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여 영광스러운 상태로 옮아 가고 있습니다……”(2고린 3,17--4,6.7-18; 마르 16,12 참조), “……`여러분은 옛 생활을 청산하여 낡은 인간을 벗어 버렸고 새 인간은 자기 창조주의 형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된 지식을 가지게 됩니다……”(골로 3,9-15). 이상의 성서적인 배경과 함께 초대 교회부터 수도원에서 이콘은 기도 안에서 그려져 내려 왔다. 일반적으로 이콘은 성화(聖畵)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종교적인 그림이라기보다는 동방의 성서적, 교부적, 역사 신학적 그리고 전례적인 전승 안에서 보존되어 오는 유산이다. 따라서 이콘의 대상과 주제는 일차적으로 성서의 인물과 그 배경이며, 그리고 교회의 성인들의 생애다. 또한 이콘 안에서 교회의 풍성한 교의 신학적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7) 동화(同化, homoiosis)라는 개념은 플라톤에게서 나왔다. 테에테우스(Theaeteus)에서 공식화된 바에 따르면 현자의 의무는 ‘지상에서 하늘로 가능한 한 빨리 날아가 버리는 것이고, 날아가 버린다는 것은 가능한 한 하느님처럼 된다는 것이며, 그분처럼 된다는 것은 거룩하고 공정하며 현명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스토아 학파와 신플라톤주의에서 흔한 것이 되었다.
8) “하느님은 인간을 불멸한 것으로 만들고 당신 본성을 본떠서 인간을 만드셨다”(지혜 2,23).
9) 비잔틴 그리스도교 성당 내부에 성찬의 전례가 이루어지는 제단 앞 회중과 지성소 사이에 위치한 이콘들로 채워져 있는 칸막이.
10) 헤시키아(hesychia)는 정신 집중, 고요, 침묵의 의미이며 하느님과 일치를 가리킨다. 헤시카즘은 수도원 운동이며 사막의 교부들에서 기원을 두며 동방 그리스도교의 영성과 수행을 위한 그리스도 신비 생활이다.
11) 화가·수도자 안드레이 루블료프(1360/70-1430년)의 1411년 작품
12) Gregory of Nazianus, Orationes 11(PG 35.840A).
13) Dorotheus, Teachings and Messages Useful to the Soul(in Russian), 7th ed., Optina Pustyn, 1985년, 186면.
14) Maximus the Confessor, Active and Contemplative Chapters 67, in the Russian Philokalia, 3: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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